명품 지갑
November 20th, 2008솔직히 내가 지출이 적지 않다고는 감히 생각 안한다마는. 그렇다고 사치를 한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하나 살거 두개 사고. 두번 생각하고 사는거 조금 그 회전이 빠르다는거. 솔직히 그거 의사와도 상담하는 단골 문제이다. 뭐 산다고해서 몇십만원 몇백만원짜리 그런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것때문에 집안뿌리가 무너지는것도 아니고 그러니 그냥 맘이 편한쪽으로 생각하는게 좋겠다는게 상담하고 난 결과다.
솔직히 내 지갑 본적 있는가? 준영이가 군대갈때 쓰던 지갑은 시장에서 만 팔천원주고 샀던 지갑인데 신분증 넣는곳의 박음질이 터졌다. 일년 좀 쓴것같다. 그리고 종서가 군대갈때 쓰던 지갑이 바로 그 전에 쓰던 지갑인데 그 지갑은 꽤 오래썼다 고등학교때 주민등록증을 거기넣고 다녔으니까. 거진 5년은 넘게 쓴것같다. 카드가 너무 늘어나서 빵빵했던 지갑의 카드를 줄이기로 결정하자 쓸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헐렁하게 되어버려서 지금은 집에 있다.
해서 지갑을 샀다. 소위 명품이다. 게다가 생애 첫 ‘진짜’ 가죽지갑이다. 그러지 않아도 한번 그놈의 명품이 뭔지 한번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은 들수 없고, 옷은 입을수 없으니 뭐 생략하더라도. 가장 만만한게 지갑이니까.
망할놈의 일본여행은 수술이다 환율이다 해서 좌절됐겠다. 저축은 나름대로 계속 흑자겠다, 지갑 하나 산다고 크게 퍽퍽할게 없었으므로, 하나 사봤다. 길게 말 않겠다. 이래서건 저래서건 사고 싶었고 고로 샀다. 그냥 그랬다. 종서는 19만원짜리 키보드에 사치품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비싼건 사실이니 그것과 목걸이까지 쳐서 이걸 내가 기억할만한 3대 사치에 끼워도 되겠지.
뭐 실용적인 측면으로 보면 반반이다. 카드 슬롯이 9개니까 이점은 좋다. 지폐슬롯은 좁다. 가죽라이닝이 들어간 지갑은 20만원만 넣어도 퍽퍽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수십만원 짜리 지갑이 정작 수십만원을 못넣는구나. 이런 지갑들을 위해 돈을 썼단말인가 ㅡㅡ; 고액권이나 머니클립이 존재하는 이유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거 말고는 뭐 별걸 느끼진 않는다. 지갑을 뫼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원래 지갑은 뫼신다. 나는 13살때 한번 잊어버린 이후로 지갑을 잊어버린적이 없다. 다만 그 뫼실 상전이 좀 더 몸값이 비싸졌구나. 에고 통재라. 아, 그것도 있다 이걸 내가 써도 되는건가? 이런 생각은 들더라. 사치라는게 나한텐 코드가 안맞는구나 한참을 빈지갑(쓰면 교환이나 반품이 안된대서)을 들고 곰곰히 생각을 했더랬다. 이래저래 부담스럽구나.
사실 이번 지갑은 내가 산 첫 지갑이기도 하다. 여지껏 내 지갑을 내가 사본적이 없다는 점은 참 나도 놀랄 만한 일이다. 전에 쓰던것은 귀찮아서 그냥 대충 하나 넣고 다닐 목적으로 사다 달라고 부탁해서 쓴것이요, 그전의 것은 아버지가 주신건데 너무 오래 쓴것이다.
헤에. 해서 보면 여지껏 싸구려 지갑들만 쓰다보니 잘 박은 지갑을 보면서 그냥 처음에는 벌려보고 휘어보고 박음질도 구경해보고 그랬더랬다.
… 어쩐지 그곳의 매장직원들은 수백만원짜리 물건을 팔면서도 수십만원짜리 고객한테도 절대로 내색을 안한다. 친절하다. 살때는 기분이 좋다. 줄어든 통장 잔고나 알게모르게 남은 찝찝함이 문제지. 아직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거라는걸 말해주는 것이겠지.
근데 그네들도 그럴것이 보통 1~2만원주고 사던 지갑에 수십만원을 쓰는 사람은 언젠가 몇만원 주고 사던 가방을 사기 위해 수백만원을 충분히 쓰러 올수 있다라는걸 알기 때문일테다. 쩝. 문득, 가방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녀석들. 지출을 죄야겠다. 명품은 나한텐 역시 잘 안맞는 코드다.